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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by 오늘도 계획은 내일 2021. 11. 14.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년 이상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장거리 달리기, 또는 트라이애슬론을 하면서 긴시간 이어온 자신의 달리기에 대한 생각, 달리기를 했을 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쓴 책이다.

그는 자신이 장거리 달리기에 재주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맥박이 느리게 뛴다는 자신의 특징이 장거리 달리기를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밝혔다. 하지만 그 외에도 1년에 한 번 풀코스 마라톤을 출전하기 위해 매달 거리를 측정하면서 달릴 정도로 꾸준히 달리고 있다.

그가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과 통찰을 얻고, 뉴욕, 아테네 등 세계 마라톤 명소로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생활이 참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지구력이 강했다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장거리 달리기라는 취미 생활도 즐기고,
달리기를 하면서 느낀 몸의 변화, 달리는 환경의 달라짐에 대해 자기의 본업도 살려 에세이를 남기고,
마라톤을 뛰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신을 트레이닝하면서 얻게 되는 체력이 다시 글을 쓰는 에너지가 되는 선순환이
아직도 취미를 묻는 질문에 어물쩍 넘기는 나의 모습과 비교되면서 이 작가의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체력을 위해 장거리 달리기를 했을 뿐이고,
작가의 일과 이어지는 건 그의 삶을 나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었던 것이겠지.
두 개의 뿌리에서 시작한 나무가 하나의 기둥이 되는 연리지처럼.

아는 동생이 인생에 3가지 기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나는 일이고, 나머지 2개를 이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언젠간 나도 내 인생 나무에 기둥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떤 활동을 발견하면 좋겠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달리기를 미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 어디에도 록키 주제곡이 들리지 않고, 등에 지고 갈 석양도 없다고 했다.
달리기에 대한 담백한 개인의 의견처럼 느껴져서 거부감이 없는 글이었다.

20p
그리고 나는 그런 여러 가지 흔해빠진 일들이 쌓여서 지금 여기에 있다.

103p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87p
요절을 면한 사람에게는 그 특전으로서 확실하게 늙어간다고 하는 고마운 권리가 주어진다.

221p
그러나 실제의 인생에 있어서는 만사가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필요에 쫓겨 명쾌한 결론 같은 것을 구할 때, 자신의 집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쁜 소식을 손에 든 배달부이다. ‘언제나’ 그렇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경험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우울한 소식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배달부는 모자에 잠깐 손을 대고 어쩐지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가 전해주는 소식의 내용이 조금도 나아지는 법은 없었다. 그러니 그것은 배달부 탓은 아닌 것이다. 배달부를 책망할 수는 없다.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쌍한 배달부는 그저 위에서 부여받은 일을 충실하데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228p
‘<록키> 테마곡’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등을 지고 걸어갈 석양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우천용 운동화처럼 소박한 결론이다. 그것을 안티 클라이맥스라고 사람들은 부를지도 모른다.